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철거 중이던 서소문 고가차도가 무너져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사고가 발생했는데, 벌써부터 이를 두고 ‘예견된 인재’ 아니냐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사고 당일 새벽 이미 구조물 일부가 내려앉는 이상 징후가 확인됐는데도, 충분한 보강 조치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계자들이 구조물 안으로 들어가 안전진단을 하다 참변을 당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인데, 향후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6일 소방당국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2분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현장에서 고가 상판 일부가 붕괴했다. 이 사고로 공사 현장관리소장과 감리단장, 외부 구조기술사 등 3명이 숨지고,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직원 2명과 서대문구 주민센터 직원 1명이 다쳤다. 주민센터 직원은 공사 관계자가 아니라 사고 당시 현장 주변을 지나던 중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의 출발점은 이날 새벽 확인된 ‘2.9㎝’의 절단부 침하였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새벽 2시 30분쯤 고가 상판인 슬라브를 절단하던 중 약 2.9㎝ 규모의 침하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매뉴얼에 따라 작업은 중단됐고, 오후 들어 서울시 관계자와 감리단, 안전진단 업체, 외부 자문위원 등이 현장 안전진단에 나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점검 과정에서 슬라브와 비계 등을 지지하던 거더 구조물이 갑자기 무너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운 서대문소방서 재난안전과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새벽 작업 중 침하가 발생해 작업을 중단한 뒤 오후 2시 안전진단을 위해 거더 사이로 들어갔다가 구조물이 붕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진우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장도 “거더 높이가 약 80㎝ 정도 되는데 내부 점검 중 거더가 무너지면서 인원이 추락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진단했다.
이번 사고가 단순한 돌발 사고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후 고가 철거 과정에서 상판이 내려앉는 현상이 확인됐다면, 구조물이 이미 힘의 균형을 잃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 경우 우선 필요한 것은 사람이 들어가 현장을 확인하는 절차가 아니라,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한 임시 지지대 설치, 하중 분산, 접근 통제, 재해 위험성 재평가 등이 우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상식적인 판단이다. 구조물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진단 인력이 거더 사이로 들어갔다면, “위험을 확인하러 갔다가 위험 속으로 들어간 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서소문 고가차도는 이미 안전 문제가 누적된 노후 시설 중의 노후시설이다. 서울 시내 주요 교통의 요로여서 그간 철거 이야기가 교통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철거 검토가 여러 번 무산되기도 했던 곳이다.
지난 1966년 준공된 이 고가는 2019년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지는 사고 이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의 내·외부 강선 파손, 콘크리트 강도 저하 등이 확인돼 철거가 결정됐고,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철거 공사를 발주했다. 서울시 건설알림이 공사 개요에 따르면 해당 공사의 주무기관은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건설사업관리단은 주식회사 수성엔지니어링, 시공사는 주식회사 흥화로 기재돼 있다. 공사 기간은 2025년 4월 30일부터 올해 7월 29일까지다.
따라서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수사도 이 지점에 집중될 전망이다.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새벽 침하가 발생한 뒤 현장 통제와 작업 중지 조치가 충분했는지다. 둘째, 안전진단을 위해 사람이 직접 구조물 내부로 진입하는 방식이 적정했는 여부다. 마지막으로 시공사와 감리, 발주처인 서울시의 안전최고담당(CSO)와 담당부서는 이 위험을 어느 수준까지 알고 있었고, 누가 최종적으로 현장 진입과 점검 방식을 결정했는지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사고 직후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와 지역산업재해수습본부를 꾸리고 해당 작업에 대해 작업중지 조치를 내렸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사고 발생의 구조적인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신속하게 수습해달라”고 지시했다.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법적으로 가장 먼저 검토될 부분은 중대산업재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했는지를 따지도록 하고 있다. 이번 사고에서는 철거 공사와 안전점검에 참여한 업무 관련자 3명이 숨졌다. 따라서 시공사와 건설사업관리단, 관련 하도급·진단업체의 안전관리 체계가 기본적으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시공사는 철거 공정의 직접 수행자로서 작업계획, 위험성 평가, 현장 출입 통제, 임시 구조 보강 등 기본 안전조치를 이행했는지 살펴봐야 하고, . 리와 건설사업관리단은 공정이 계획대로 진행됐는지, 위험 징후 발생 이후 안전한 절차로 전환했는지 확인할 책임이 있다. 특히 사고가 ‘작업 중’이 아니라 ‘안전진단 중’ 발생했다는 점은 오히려 관리 책임을 더 무겁게 만들 수 있는 요소다. 위험을 줄이기 위한 진단 절차 자체가 또 다른 위험을 만든 것인지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서울시는 수사의 주대상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이 공사의 발주처이자 노후 공공시설 관리 주체다. 다만 중대산업재해에서 발주처 책임은 단순히 공사를 맡겼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핵심은 서울시가 현장의 공정과 안전관리, 작업 재개 여부에 어느 정도 실질적으로 관여했느냐다. 만약 발주기관이 위험 상황을 보고받고도 충분한 보강이나 통제를 요구하지 않았거나, 현장 진입 판단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했다면 관리·감독 책임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중대시민재해 적용여부도 논란거리다. 현장소장와 감리단장 등을 포함한 3명 사망자는 모두 공사 관련 업무 수행자로 파악돼 중대산업재해 대상인데, 공사와 무관한 주민센터 직원이 다쳤고, 혹시라도 그 피해가 매우 크다면 시민재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번 붕괴 여파로 서울역∼신촌역 구간 전차선 단전과 열차 운행 차질, 도로 통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어디까지 시민재해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고가차도라는 공중이용시설의 관리상 결함이 시민 피해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는지가 향후 쟁점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이번 사고는 철거 현장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노후 인프라 관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래된 교량과 고가도로는 철거할 때가 오히려 더 위험하다. 구조물을 잘라내는 순간 기존 하중 흐름이 달라지고, 작은 침하나 균열이 전체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기수 한성대 사회안전학과 특임교수는 "정확한 사고 문제점은 앞으로 더 따져봐야 하겠지만, 현재 내용만 보면, ‘철거 중 발생한 불운한 사고’가 아니라 위험을 보고도 통제하지 못한 관리 실패가 원인일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