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안전 문제로 서울시가 막바지 철거 작업을 벌이던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고가차도가 26일 오후 2시 32분쯤 상판과 교각이 갑자기 붕괴돼 도로와 철도로 내려앉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감리단장, 현장관리소장, 외부 전문가 등 관계자 3명이 사망했다. 이들은 철거작업 중 슬라브가 주저앉아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있었다. 철거 공정률은 90%에 육박해 작업 완료를 불과 수일 앞둔 상황에서 사고가 났다.
감리단장은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 이송됐지만 사망 판정이 내려졌다. 부상을 입은 3명(중상 1명·경상 2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붕괴 당시 현장에 있던 관계자는 13명으로 파악됐지만, 7명은 무사히 대피했다.
1966년 세워진 서소문고가차도는 정밀안전진단에서 최하위 수준인 D등급(미흡)을 받았다. 2019년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지는 사고를 시작으로 2021년 바닥판 붕괴, 2024년 보 손상 등 지속적인 파손 징후를 보여왔다.
서울시는 이 고가차도가 더 이상 안전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지난해 9월 전면 통제한 후 이달 말을 목표로 철거 작업을 마무리하던 중이었다.
희생자는 철거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아니다. 이날 새벽 근로자들이 철거 작업의 일환으로 슬라브 절단을 진행하다 구조물의 단차가 확인되자 작업을 중단한 뒤 안전진단을 요청한 것이다.
최진우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장은 “오전 1시부터 오전 2시30분까지 S9 경관 슬라브 절단 작업을 실시했는데 그 과정에서 슬라브가 2.9㎝ 단차로 주저앉았다. 공사를 중단하고 오후 2시부터 안전진단을 실시했으며 서울시 광역도로과장, 현장소장, 감리단장, 안전진단 업체 관계자 등 9명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최 부장은 “아마 거더(girder·교량 등 건설 구조물을 떠받치는 보)가 중간에 끊어지면서 차도가 밑으로 붕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고가차도 철거는 보통 상부 슬라브와 거더를 절단한 뒤 슬라브와 거더를 한 번에 크레인으로 들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망자 등은 점검을 위해 그 사이 공간에 들어갔다가 깔린 것으로 추정된다.
1966년 지어진 서소문 고가차도는 충정로역과 시청역을 잇는 18개의 교각으로 구성됐다. 길이 335m, 폭 14.9m 규모다. 고가차도 바로 아래는 경의중앙선이 지나가 도심에서 유일하게 철도 건널목이 있는 곳이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2시 49분에 대응1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62명과 장비 16대, 인명구조견을 현장에 투입해 무너진 흙더미와 콘크리트 상판 잔해 내부를 샅샅이 뒤졌다. 경찰도 30여 명을 투입하고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원거리 도로 통제에 나섰다.
고가차도가 굉음과 함께 도로 및 경의중앙선 철길 인근으로 종잇장처럼 찢어지며 무너지자 인근 사무실서 일하던 사람과 주민들은 놀라서 뛰쳐나왔다. 현장 도심 일대는 뿌연 먼지와 함께 일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아직 해체되지 않고 남아있는 옆 칸의 상판 구조물 역시 충격으로 인해 균열이 가거나 추가 전도될 위험이 있어 소방당국은 긴급 지지대를 보강하며 수색 작업을 벌였다.
사고 수습과 잔해물 제거, 철도 건널목 인근의 안전 확보를 위해 주변 도로 통제가 장기화되면서 서울 도심에서 교통 대란이 빚어졌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은 이 사고로 경의중앙선 신촌역~서울역 구간 및 KTX 행신역~서울역 구간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도심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시민들은 지하철을 이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사고 수습과 부상자 치료에 만전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이 사고로 인해 유명을 달리한 피해자에게 안타까움을 표하며 사고 원인을 엄정히 조사하고 추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철저히 마련하라 지시했다”고 전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유세를 중단하고 현장을 방문해 “선거 운동을 잠정 중단하고 사고 수습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인구과 교통 밀집 지역인 도심 철거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고가차도 철거 작업은 구조물 절단과 하중 분산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고난도 공사로 분류된다. 특히 오래된 고가 구조물은 균형 유지와 안전 관리가 중요해 철저한 공정 관리가 필요하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철거 과정에서 구조 계산 상의 문제가 있었는지, 안전 지지대 설치 상태는 적절했는지, 작업 절차가 규정대로 진행됐는지 등을 중심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사고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이 직접 수사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