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Now] 종전기대에 찬물, 트럼프 “서두르지 않아”.. 다시 장기화 우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60일 협상안 거론됐지만 백악관 “오늘 서명 없다”
공화당 강경파 반발에 이란도 온도차.. 유가·물류 불안에 세계경제 다시 긴장
전쟁 장기화 여부, 이번주가 고비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종전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브레이크를 밟은 모습이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60일 협상안을 놓고 큰 틀의 합의에 접근했다는 관측이 나오자 국제유가가 흔들리고 각국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종전 기대가 하루 사이에 식으면서 전쟁 장기화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5일 NBC와 CNN, 이란매체 등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썼다. 그는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란과의 합의를 서둘러 마무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란과의 합의가 “대부분 협상됐다”고 밝히며 타결 가능성을 띄웠지만, 이후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이란 합의가 오늘 서명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진전은 있었다”고 말했다.

 

종전 합의 방안은

현재 거론되는 합의의 뼈대는 60일짜리 협상 기간을 두고, 그 사이 전쟁의 최대 변수인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여는 방식이다. 미국 측 설명대로라면 이란은 핵무기 개발 포기를 약속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핵 먼지’라고 부른 농축 우라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신 미국은 해상 봉쇄 완화와 제재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액시오스를 인용해 미국과 이란이 60일 휴전 연장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포함한 합의안에 접근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대로라면 임박 느낌까지 드는 상황이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 밖의 공기는 훨씬 거칠다. 미국은 이란이 먼저 핵물질 문제와 해협 안전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란 쪽에서는 미국이 30일 안에 해상 봉쇄를 풀어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가능하다는 식의 설명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포기하기로 했다는 미국 측 설명에도 이란 매체들은 다른 뉘앙스를 보이고 있다. 합의가 가까워진 것은 맞지만, 양측이 같은 문장을 놓고도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불안한 대기'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인도 방문 중 “지난 48시간 동안 걸프 지역 파트너들과 협력하며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몇 시간 안에 세계가 좋은 소식을 들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서두르지 않겠다”는 발언 이후, 워싱턴 외교가의 분위기는 ‘임박한 발표’에서 ‘불안한 대기’로 바뀌었다. 협상이 깨진 것은 아니지만, 종전이 곧 발표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풀 꺾였다.

 

이란도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국영매체를 통해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세계에 보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이란과 협상팀은 국가의 존엄과 자부심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은 핵무기 개발 의혹을 낮추려는 메시지이면서도,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겠다는 경고로 읽히는 대목이다.

 

미국내 공화당 강경파 설득도 부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이란만큼이나 미국 내부가 부담이다.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합의 가능성이 알려지자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상원 군사위원장인 로저 위커 공화당 상원의원은 X에 “소문으로 도는 60일 휴전은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이란이 선의로 협상할 것이라는 믿음은 위험하다”고 썼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현재 들리는 내용에 깊이 우려한다”며 이란 정권을 온존시키는 합의는 '재앙적 실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역시 합의가 중동의 힘의 균형을 바꿀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맞받았다. 그는 “아무도 합의문을 본 적이 없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다”며 “아직 완전히 협상된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나는 나쁜 합의를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협상장을 향한 메시지이자, 자신의 지지층과 공화당 강경파를 향한 정치적 방어선이기도 하다. 합의가 너무 느슨하다는 비판을 의식해 “성급한 타결은 없다”고 못 박은 셈이다.

 

이스라엘 변수도 작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별도로 통화했고, 통화가 “매우 좋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능력이 실질적으로 제거되지 않는 합의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60일 협상 기간이 이란에 시간을 벌어주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미국이 종전을 원하고, 이란이 체면을 지키려 하며, 이스라엘이 안보 보장을 요구하는 삼각 구도가 협상 막판의 최대 난제로 꼽힌다.

 

종전 기대로 유가는 떨어졌지만

시장은 이미 먼저 움직였다. 종전 기대가 커지자 국제유가는 한때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액시오스는 미국과 이란의 잠정 합의 조짐이 전해지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밀렸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해상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운송의 핵심 길목이다. 이 해협이 닫히거나 통항이 제한되면 유가뿐 아니라 해상보험료, 물류비, 각국 물가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문제는 설령 합의가 이뤄져도 곧바로 평상시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설치된 기뢰를 제거하고, 멈춰 선 선박 운항을 정상화하며, 보험사와 선사들이 다시 항로를 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종전 서명이 곧 물가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호르무즈 해협 불안이 곧 수입물가, 산업용 전기요금, 항공·해운 비용, 기업 생산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전쟁은 이미 미국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남겼다. 이 전쟁으로 현재 미군 13명이 숨졌고, 미국 납세자에게 250억(한화 37조5천억원) 달러가 넘는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란에서는 이미 수천 명이 사망했고 인접국 사망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전쟁의 명분은 핵 억지와 지역 안정이었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전쟁 비용과 외교적 부담은 커지고 있다.

 

합의 여부, 이번주가 관건

결국 관건은 합의문의 존재가 아니라 이행 가능성이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 의혹을 얼마나 투명하게 해소할 것인가. 미국은 어떤 조건에서 봉쇄와 제재를 풀 것인가이다. 또한, 이스라엘은 어느 수준의 안보 보장을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여기에 걸프 국가와 튀르키예, 파키스탄 등 중재국들이 이행 과정에서 어떤 보증 역할을 할지도 중요하다.

 

종전 기대는 분명 살아 있다. 하지만 아직 포성 위에 서명만 남은 단계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속도를 늦추면서 세계는 다시 긴 숨을 들이켜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길목이 열릴지, 아니면 이란전쟁이 또 다른 장기전의 문턱에 설지는 이번주가 고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