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60대 후반쯤에 접어들면 누구나 한번쯤은 면허증 반납 문제로 고민하게 된다. 가족 눈치도 보인다. 운전대를 잡으려 하면 주변의 불안한 눈빛을 감수해야 한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뜨겁다. 본인과 타인의 안전을 위해 면허를 반납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생계 및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늘어나는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률은 불과 2%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수는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령 운전자가 유발하는 교통사고 건수와 치사율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는 최근 5년간 약 19% 이상 증가했다. 특히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경우, 인구 1만 명당 사망사고 발생률이 65~74세 초기 고령층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신체 인지 능력과 돌발 상황 반응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다.
정부는 2018년부터 면허를 스스로 반납하는 고령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자진반납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 반납률은 해마다 전체 고령 면허자의 2% 안팎에 머물고 있다.
◇무엇이 반납을 가로막나?
트럭 납품, 택시, 대리운전, 농업 등 고령 나이에도 운전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생계형 운전자들에게 면허 반납은 곧 ‘실직’을 뜻한다.
또 대도시와 달리 대중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지방이나 교외 지역에서는 차가 없으면 병원 가기, 장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통 공백에 대한 대안 없이 면허를 반납하라고 하는 건 ‘이동권 박탈’이라는 주장이다.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운전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반발도 크다. 80대여도 건강한 사람이 있는 반면, 60대여도 인지 능력이 저하될 수 있어 나이로만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겨우 10만 원 줄 테니 발을 묶으라고?”
현재 각 지자체는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보상 성격으로 10만~20만 원(일부 지자체 최대 50만 원) 상당의 지역화폐나 선불 교통카드를 단 1회 지급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런 보상이 고령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충청남도 서천군의 한 마을에 사는 김기석(80)씨는 “지방은 버스가 하루에 몇 대 오지도 않는데, 얼마 되지도 않는 교통카드 한 장 던져주고 평생 운전을 하지 말라는 건 시골 노인들 보고 집에만 갇혀 살라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현실적 대안은?
헌법상 보장된 이동의 자유와 생계유지 능력을 국가가 강제하거나 압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과, 불특정 다수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사고 위험을 예방하는 것이 먼저라는 안전우선주의가 팽팽하게 충돌하고 있다.
교통공학 및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단순히 면허를 내놓으라는 설득보다는 운전을 안 해도 불편하지 않은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
농어촌이나 교통 취약 지역에는 부르면 오는 콜버스(DRT)나 ‘100원 택시’ 같은 맞춤형 교통 시스템을 대폭 확충해 운전하지 않아도 일상생활(병원, 장보기 등)에 지장이 없도록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
또 여러 조사에 따르면 고령자들은 일회성 교통카드보다 매월 소액이라도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대중교통 이용권이나 바우처를 제공할 때 반납 의사가 훨씬 높았다.
독일, 미국 등 일부 지역처럼 야간 운전 금지, 고속도로 운전 제한, 첨단 안전장치(비상자동제동장치 등) 장착 차량만 운전 허용 등 신체 능력에 맞춘 단계별 조건부 면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고령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설치 지원도 생각해볼 수 있다.
고령자 면허 반납 논란이 세대 갈등으로 번져서는 안 된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운전대를 놓아야 하는 순간이 온다.
고령 운전자를 잠재적 사고 유발자로 낙인찍어선 안 된다. 안전하게 운전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운전을 그만두더라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촘촘한 교통 복지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