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아프리카 중부에서 에볼라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북동부 이투리주에서 시작된 에볼라바이러스병이 인접국 우간다로 번지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을 선언했다. 2014~2016년 서아프리카를 휩쓴 에볼라 대유행 이후 10여 년 만에 국제사회가 다시 ‘에볼라 비상’이라는 익숙한 공포와 마주한 것이다.
21일 세계보건기구(WHO)와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유행은 지난 15일 DR콩고 보건당국이 이투리주에서 에볼라 발생을 공식 선언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DR콩고에서 확인된 17번째 에볼라 발생이며, 원인 병원체는 기존에 널리 알려진 자이르형이 아닌 ‘분디부교 에볼라바이러스’다. WHO는 17일 이번 사태가 국제적 확산 위험을 지닌 공중보건 위기라고 판단하면서도, 아직 ‘팬데믹 비상’ 단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주콩고서 시작해 우간다로.. 의심환자·사망자 빠르게 증가
2014-2016년 당시 상황과 매우 유사하게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이투리주 일부 보건구역을 중심으로 의심 환자와 사망자가 보고됐지만, 이후 북키부주 등 접경 지역으로 감시 범위가 넓어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일 기준 DR콩고의 이투리주와 북키부주 11개 보건구역에서 분디부교형 에볼라 유행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우간다에서도 유입 사례가 확인됐다.
외신과 국제 보건기구 집계를 종합하면 의심 환자와 사망자 수는 며칠 사이 크게 늘었다. WHO의 초기 발표 당시 DR콩고에서는 의심 사례 246건, 사망 80건이 보고됐지만, 이후 현지 보건 상황이 불안정해지면서 의심 환자는 수백 명대로 증가했다. 최근 의심 감염자가 671명, 의심 사망자가 160명 이상으로 늘면서 치료센터가 주민 반발로 공격받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방역 현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장례의식 등 전통문화가 중요시되는 현지 상황을 보면, 사태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에볼라란.. 치명율 30-50%
에볼라바이러스병은 감염된 동물이나 환자, 사망자의 혈액·체액과 직접 또는 간접 접촉했을 때 전파되는 급성 발열성·출혈성 감염병이다. 초기에는 발열, 무력감, 근육통, 두통, 인후통처럼 다른 감염병과 구분하기 어려운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이후 구토, 설사, 발진, 간·신장 기능 이상, 출혈 증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번 사태가 특히 우려되는 이유는 바이러스 유형 때문이다. 현재 확인된 분디부교형 에볼라바이러스는 기존 자이르형 에볼라와 다르다. WHO는 과거 분디부교형 유행의 치명률이 30~50%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분디부교형에 대해서는 아직 허가된 백신이나 특정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다만 조기 발견과 수액·전해질 보충, 산소 공급, 혈압 유지 등 적극적인 지지치료는 생존율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이는 코로나19처럼 공기 중으로 쉽게 확산하는 감염병과는 다르다. 에볼라는 주로 혈액, 구토물, 설사, 침, 땀, 사체 등 감염자의 체액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그러나 일단 의료기관, 장례 절차, 가족 간 돌봄 과정에서 감염 고리가 생기면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동부 DR콩고처럼 분쟁과 주민 이동, 의료체계 취약성이 겹친 지역에서는 감염 추적과 격리가 훨씬 어렵다.
‘깜깜이 입국’이 변수.. 제3국 경유자 추적 강화
전세계가 항공을 통해 일일 생활권인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다. 당장 우려되는 부분은 ‘직항’보다 ‘경유 입국’이다. DR콩고, 우간다, 남수단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직항편은 거의 없지만, 에티오피아나 중동, 유럽 등 제3국을 거쳐 입국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 경우 출발지만 보고 검역하면 실제 위험지역 방문 이력이 가려질 수 있다. 이른바 ‘깜깜이 입국’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이에 따라 19일부터 DR콩고, 우간다, 남수단을 에볼라바이러스병 중점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해당 국가를 방문·체류·경유한 입국자는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Q-CODE 또는 건강상태질문서를 통해 건강 상태를 신고해야 한다. 국립검역소는 해당 국가에서 출발하거나 경유한 입국자에 대해 항공기 게이트 단계에서 전수 검역을 실시하고 있다.
일단 질병청은 국내 유입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대책반을 구성했다. 또 귀국 후 잠복기인 21일 안에 발열, 복통, 구토, 설사, 식욕부진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의료기관을 바로 방문하기보다 1339 또는 관할 보건소에 먼저 문의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해외 발생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국내 유입 감시, 실험실 분석, 감염 예방, 발병 대비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해당 국가 여행을 계획하거나 이미 다녀온 국민들은 귀국 후 건강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고, 발열·복통 등 의심 증상 발생 시 즉시 1339 또는 보건소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 의료진 파견한 2014~2016년 악몽 재현 우려
이번 사태는 2014~2016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대유행의 초기 상황과 유사하다. 감염병의 10년 주기설도 우연일 수 있지만, 우려되는 부분이다. 당시 에볼라는 기니에서 시작돼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으로 번졌고, WHO는 2014년 8월 8일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을 선포했다. WHO는 이 유행이 1976년 에볼라가 처음 확인된 이후 가장 큰 규모였으며, 이전의 모든 에볼라 유행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환자와 사망자를 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당시 국제 공조에 참여했다.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를 구성해 국내 간호사관학교에서 교육을 시킨 뒤, 시에라리온에 의사와 간호사 등 보건인력을 파견했다. 2014년 12월 1진 의료진이 출국했고, 이들은 영국에서 사전 훈련을 받은 뒤 현지 에볼라 치료시설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1진은 2015년 1월 의료활동을 마치고 귀국했으며, 귀국 당시 대원들이 감염 의심 증상 없이 마치는 성과를 이뤘다.
팬데믹 아니지만, 방심할 수 없는 보건안보 이슈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코로나19식 팬데믹과 같은 방식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우선 에볼라는 공기 전파가 주된 경로가 아니고, 감염자 체액 접촉이라는 비교적 분명한 전파 경로를 갖고 있고, 신체 접총이어서 전파 속도가 빠르지 않다. 그러나 치명률이 높고, 초기 증상만으로는 감별이 어렵고, 분쟁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국제사회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결국 이번 에볼라 사태의 핵심은 ‘아프리카의 먼 감염병’이 아니라 ‘국경을 넘는 보건안보’다. 10년 전 서아프리카 대유행 때처럼 국제사회가 늦게 움직이면 피해는 현지 취약국가에 집중되고, 불안은 전 세계로 번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직접 유입 가능성이 낮지만, 과거 2015년 메르스 사태 등의 고려하면, 제3국 경유를 통해 언제든지 유입이 가능한 만큼, 입국자 관리와 의료기관 신고체계, 실험실 진단, 위험소통을 촘촘히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