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현장] “소방안전도 대세는 인공지능”…안전박람회, 어떤 게 나왔나

대구 엑스코서 2026 국제소방안전박람회 개막
AI로봇·드론·디지털트윈 한자리에…재난 대응도 ‘첨단기술전’으로

인공지능, 로봇, 드론 첨단 소방 장비 관심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소방안전 분야에도 인공지능(AI)과 로봇, 드론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화재 현장에 사람이 먼저 뛰어드는 방식에서 벗어나, 위험한 공간은 장비가 먼저 들어가고 사람은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는 방식으로 재난 대응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다.

 

소방청과 대구시가 공동 주최한 ‘2026 국제소방안전박람회’가 20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막을 올렸다. 올해 박람회는 ‘생명을 살리는 인공지능(AI) 기술적 진보’를 주제로 22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국내외 448개 소방 관련 업체가 참여해 1,566개 부스를 운영하는 역대 최대 규모 행사로 꾸려졌다. 전시장은 미래혁신관, AI로봇존, 드론존, 개인장비존, 소방차존, ESS존, 소방시설존, 구조·구급존 등 8개 테마존으로 구성됐다.
 


올해 박람회의 핵심은 단연 ‘첨단 재난 대응 기술’이다. 과거 소방장비 전시가 소방차, 방화복, 구조장비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AI 기반 재난 예측 시스템과 무인소방로봇, 드론, 디지털트윈 기반 훈련 시스템 등이 전면에 배치됐다. 특히 소방청 미래혁신관에는 현대차그룹과 협력해 개발한 무인소방로봇이 소개됐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열·유독가스·붕괴 위험 현장에 먼저 투입해 화점이나 구조 대상 위치를 파악하고, 초기 진압을 지원하는 장비다.

 

로봇 기술은 대형 화재나 지하공간 화재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 지하주차장, 물류창고, 터널, 선박 내부처럼 연기와 열이 빠르게 차는 공간에서는 소방대원의 시야 확보가 어렵고, 진입 자체가 위험하다. 무인로봇은 열화상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내부 온도, 유해가스, 장애물 위치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물이나 소화약제를 분사할 수 있다. 현장 지휘관은 로봇이 보내는 영상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입 시점과 대원 배치, 피난 유도 방향을 더 정밀하게 판단할 수 있게 했다. 

 

드론 역시 소방 현장의 ‘눈’ 역할을 맡는다. 산불이나 공장 화재처럼 범위가 넓은 재난에서는 지상 인력만으로 화재 확산 방향을 파악하기 어렵다. 드론은 상공에서 열원과 연기 이동 방향, 접근 가능한 진입로를 확인하고, 야간이나 산악지역에서도 실시간 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산불 현장에서는 헬기 투입 전 화선의 위치를 확인하거나, 진화 인력이 접근하기 어려운 급경사지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재난 초기 몇 분의 판단이 피해 규모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드론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트윈 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디지털트윈은 실제 건물이나 시설을 가상공간에 똑같이 구현해 재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이다. 대형 복합건물, 지하철역, 병원, 물류센터 등은 구조가 복잡해 화재가 나면 피난 동선과 진입 경로가 꼬이기 쉽다. 디지털트윈을 활용하면 실제 사고가 나기 전 다양한 화재 상황을 가정해 소방대원 훈련을 할 수 있고, 화재 발생 뒤에는 어느 통로가 막혔는지, 어느 구역에 연기가 먼저 찰지 예측하는 데도 활용된다.

 

이번 박람회에는 화재 대응 장비와 전기차 화재 관련 기술도 관심을 끌었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 화재는 배터리 열폭주가 발생하면 재발화 가능성이 있고, 일반 차량 화재보다 진압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 화재 전용 소화장비, 냉각 장치, 화재 감지 센서 등도 소방산업의 주요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전기차가 지하주차장과 선박, 물류시설 등 다양한 공간에 들어서면서 관련 대응 기술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박람회는 국내 전시를 넘어 해외 시장 진출의 장으로도 운영된다. KOTRA와 연계해 16개국 60개사의 해외 바이어가 참여하는 수출상담회가 마련됐고, 일본과 싱가포르, 필리핀 등 8개국 소방·재난기관 관계자가 참석하는 국제 소방기관장 회의도 열린다. 소방청은 박람회 기간 필리핀 소방청과 소방·재난관리 분야 협력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양측은 화재진압과 재난관리 경험을 공유하고, 대형재난 발생 시 정보 교류와 협력 기반을 강화키로 했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지난 22년간 K-소방산업의 눈부신 성장을 이끌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소방 비즈니스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며 “AI·로봇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이번 박람회가 대한민국 소방산업의 저력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과 학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지하철 화재, 지진, 화재 대피 상황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안전체험관과 완강기 사용법, 심폐소생술(CPR) 교육 등이 포함된 소방안전 체험마당이 운영된다. 야외에는 특수 소방차 전시장도 마련돼 시민들이 실제 재난 대응 장비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소방안전 분야 한 전문가는 “AI와 로봇, 드론은 소방대원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위험한 현장에서 대원의 생명을 지키고 판단의 정확도를 높이는 보조 수단”이라며 “중요한 것은 첨단 장비를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 출동 체계, 통신망, 교육훈련, 유지관리 시스템과 연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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