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해양수산부가 카페리여객선 등에 실린 전기자동차에서 불이 날 경우에 대비해 전국 주요 항만에서 민관 합동훈련에 들어간다. 전기차 화재는 육상에서도 진압이 쉽지 않은 데다, 선박 안에서는 차량이 좁은 공간에 밀집해 있어 불길이 인근 차량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운항 중 화재가 발생하면 외부 구조기관의 즉각적인 지원도 어렵기 때문에 초기 대응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해양수산부는 5월부터 오는 10월 30일까지 부산, 인천, 평택, 대산, 군산, 목포, 여수, 마산, 울산, 포항, 제주, 동해 등 전국 12개 항만에서 전기차 화재 대응 민관 합동훈련을 실시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훈련에는 11개 지방해양수산청을 비롯해 해양경찰, 소방, 해양교통안전공단, 한국선급, 해운조합, 선사 등이 참여한다. 선박 내 전기차 화재가 실제로 발생했을 때 선원과 관계기관이 어떤 순서로 움직이고, 어떤 장비를 활용해 초기에 불길을 잡을 수 있는지 점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같은 훈련은 선박 안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위험은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데 그 배경이 있다. 카페리여객선의 차량 적재 공간은 일반 도로와 달리 차량 간격이 좁고, 폐쇄된 구조를 띠는 경우가 많다. 전기차 한 대에서 시작된 불이 주변 차량으로 옮겨붙으면 삽시간에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다. 특히 여객선에는 승객이 함께 타고 있어 화재가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고, 심하면 선박 자체가 침몰까지 갈 수 있는 상황도 있다.
해수부는 지난 2023년부터 전국 주요 항만에서 전기차 운송 선박을 대상으로 현장 대응훈련을 해왔는데, 올해 훈련은 항만별 여건과 선박 운항 특성을 반영해 보다 실전형으로 진행된다. 특히 올해 4월 1일부터 카페리 여객선에 전기차 화재 대응 설비 비치가 의무화되면서, 이번 훈련에서는 선원이 직접 장비를 다루며 사용법을 익히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개정된 선박소방설비기준에 따라 카페리 여객선에는 상방향 물 분사 장치, 측면 물 분사 장치, 내부 물 분사 장치 가운데 하나 이상의 설비를 갖춰야 한다. 또 소방원장구 2조와 질식소화덮개 1개도 비치해야 한다. 해수부는 이번 훈련을 통해 이들 장비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 해경·소방 등 관계기관 간 공조체계도 함께 점검할 계획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훈련 현장을 직접 찾는다. 해양수산부 차관 직무대리는 5월 20일 통영항 훈련을 참관하고,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은 6월 5일 제주항을 방문해 현장 대응체계를 살필 예정이다. 정부는 훈련에 참여한 선사와 선원들을 격려하는 한편, 실제 사고 발생 시 기관 간 협력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대응 절차를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은 “최근 전기자동차의 해상 운송이 지속 증가함에 따라 선박 내 화재 대응체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라며, “실제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실효성 있는 훈련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전기차 화재 진압이 일반 차량보다 어려운 이유는 배터리 구조 때문이다.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격이나 과열, 내부 결함 등으로 온도가 급격히 오르면 ‘열폭주’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번 벤츠 전기차량이 인천 아파트 지하에서 발생하면서 그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도 한 게 이 때문이다.
이 경우 배터리 내부에서 연쇄적으로 열과 가스가 발생해 불길이 쉽게 꺼지지 않고, 겉불을 잡은 뒤에도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선박처럼 밀폐된 공간에서는 연기 배출과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초기 발견과 전용 장비를 활용한 신속한 대응이 피해를 줄이는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