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정부가 국무총리 소속 대테러센터를 ‘국가대테러본부’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국제 테러 양상이 과거의 폭발물·총기 중심에서 드론, 무인기, 사이버 공간, 온라인 극단주의 등으로 빠르게 바뀌는 등 테러가 복잡화, 고도화, 극단화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민·관 대테러업무 혁신 태스크포스(TF) 최종보고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대테러 역량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기존 대테러센터의 기능을 강화해 범정부 대테러 활동을 실질적으로 총괄·조정하는 컨트롤타워를 세우는 것이다.
새로 추진되는 국가대테러본부는 테러 예방, 정보 공유, 상황 판단, 관계기관 조정, 현장 대응 지원 등 대테러 업무 전반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민간 전문가 채용을 확대하고, 담당 인력이 장기간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는 근무체계도 전문 시스템 체계로 바뀔 예정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이란 전쟁에서 보듯, 갈수록 고도화되는 충돌 상황을 고려해,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드론·대드론 기술 등을 활용한 예방·대응체계 고도화가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테러 위협이 더 이상 특정 장소나 특정 방식에 국한되지 않는 만큼, 수상한 움직임을 조기에 포착하고 관계기관이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가 중요해졌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테러 사건 발생 시 현장 지휘체계도 정비키로 했다. 사건 현장에서는 경찰을 중심으로 지휘체계를 일원화해 초동 대응의 혼선을 줄이고, 구조·진압·수사·정보 활동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법령과 제도 정비도 함께 추진된다. 정부는 드론과 무인기 등을 활용한 신종 위협을 테러 유형에 명확히 포함하고, 테러 판단 기준도 보다 구체화할 방침이다. 또한, 국가테러대책위원회를 통해 국내 테러단체를 지정하거나 해제하는 절차를 마련해 대응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현행 테러방지법은 국가테러대책위원회가 대테러 정책과 기본계획, 기관 간 역할 조정 등을 심의·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권 보호 장치도 보완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인권보호관의 역할을 확대하고, 테러 보호 대상자 지원제도 신설도 검토할 게획이다. 테러 대응이 강화될수록 국민 기본권 침해 우려도 함께 커질 수 있는 만큼, 안전과 인권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가 이처럼 대테러 조직 개편에 나선 것은 세계적으로 테러 위협의 양상이 크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9·11 테러는 여객기를 무기로 삼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인근 국방부 청사를 공격한 대표적 사건으로, 2,976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다쳤다. 이 사건 이후 세계 각국은 정보기관, 경찰, 군, 소방, 응급의료가 함께 움직이는 통합 대응체계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사건이었다.
지난 2015년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는 공연장, 식당, 경기장 등 일상 공간이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당시 바타클랑 공연장과 카페, 스타드 드 프랑스 주변 등에서 동시다발 공격이 발생해 최소 130명이 숨지고 350명 이상이 다쳤다. 지난 2017년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 폭탄 테러 역시 콘서트를 마치고 나오던 시민과 청소년을 겨냥해 큰 충격을 줬다. 이 사건으로 22명이 숨지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드론과 무인기 위협도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석유시설 공격은 드론과 미사일이 국가 핵심 기반시설을 마비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당시 공격으로 사우디 원유 생산량이 하루 570만 배럴 줄어드는 등 국제 에너지 시장에도 큰 충격을 줬으며,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드론 공격 양상은 고도화 대응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도 이제는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라고 보기 어렵다. 산업규모 증가는 물론, K-문화와 K-경제 등에 대한 외국인들의 유입이 크게 늘면서 언제든지 대규모 테러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특히 수도권은 인구와 교통, 행정·경제 기능이 집중돼 있어 한 번의 공격이 인명 피해뿐 아니라 사회적 불안, 경제적 손실, 국가 기능 마비라는 도미노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국제사회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과거와 다른 복합적 위협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적 테러 위협뿐 아니라 온라인 극단주의 확산,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이상동기 범죄, 드론 등 신기술을 활용한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특정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테러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후 진압’보다 ‘사전 예방’이라고 지적한다. 테러는 발생 후 피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심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관계기관이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는 것이 피해 규모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한 안전위기관리 전문가는 “테러는 더 이상 국경 밖의 문제가 아니라 온라인 공간, 국제 분쟁, 사회적 불만, 신기술 악용이 결합된 복합 재난으로 봐야 한다”며 “경찰이나 정보기관 한 곳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간시설 관리자, 시민사회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