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치우면 밀어냅니다".. 부산소방, 진로방해 차량 강제정리 훈련

불법주차에 막힌 ‘골든타임’.. 부산소방, 긴급출동 방해 차량 강제처분 본격화
소방차 진입 막으면 차량 밀고, 유리창 깨고, 호스 관통까지
민원·소송 부담은 본부가 전담.. 현장대원 불이익 없도록 제도화 추진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화재 현장으로 향하는 소방차 앞을 불법 주정차 차량이 가로막는 상황은 더 이상 단순한 교통 불편이 아니다. 몇 분의 지연이 인명 피해와 대형 재산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소방재난본부가 긴급출동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는 차량에 대해 강제처분을 적극 집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실전형 훈련에 나섰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13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스테빌리움 2차 아파트 인근 이면도로에서 긴급출동 방해 차량을 대상으로 한 강제처분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은 좁은 이면도로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에 소방차가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이날 훈련에는 소방대원 30여 명과 펌프차 등 소방장비 4대가 투입됐다. 대원들은 소방차 진입로를 막고 있는 차량을 직접 밀어내는 ‘강제돌파’와 ‘강제밀기’ 절차를 시연했다. 또 차량 유리창을 깨고 소방호스를 통과시켜 소화전과 연결하는 방식의 장애물 제거 훈련도 함께 진행했다. 실제 화재 현장에서 소방차량 진입과 방수 작업을 신속히 이어가기 위한 대응 절차를 점검한 것이다.

 

이번 훈련은 단순한 시범 차원을 넘어 부산소방이 추진하는 ‘긴급출동 통행 방해차량 강제처분 강화 계획’의 일환이다. 부산소방은 앞으로 화재나 구조·구급 현장에서 소방차 통행을 막는 차량이 있을 경우 현장 지휘관과 119상황실이 함께 상황을 판단해 강제처분 여부를 결정하는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강제처분은 소방기본법에 따라 긴급한 재난 현장에서 소방활동에 장애가 되는 차량이나 물건을 옮기거나 제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필요할 경우 차량 파손도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차량 소유주의 항의, 민원, 손해배상 문제, 소송 부담 등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했다.

 

실제 최근 6년간 전국에서 강제처분이 이뤄진 사례는 서울 3건, 인천 1건, 충남 1건, 충북 2건 등 모두 7건에 그쳤다. 부산에서는 단 한 건도 집행되지 않았다. 소방공무원 다수가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집행에는 부담을 느껴온 셈이다.

 

부산소방은 이 같은 문제를 줄이기 위해 강제처분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민원, 보상, 법률 대응을 본부 차원의 전담부서가 맡도록 할 계획이다. 또 현장대원이 법과 절차에 따라 강제처분을 집행한 경우 인사나 근무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장대원이 민원 걱정 때문에 골든타임 확보를 주저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부산소방은 훈련 이후 의용소방대와 함께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도 벌였다. 시민들에게 긴급차량 양보의 중요성과 불법 주정차가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지 알리는 활동이다.

 

불법 주정차 차량은 화재 현장에서 치명적인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좁은 골목길이나 아파트 주변 이면도로에서는 차량 한 대만 잘못 세워져 있어도 펌프차와 사다리차 진입이 늦어질 수 있다. 특히 고층 건물, 다세대주택, 전통시장, 노후 주거지 등에서는 초기 진입 지연이 곧바로 인명 피해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부산소방은 앞으로 실물 차량을 활용한 강제처분 훈련을 정례화하고, 각 소방서별로 민간 견인업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긴급 상황에서 즉시 견인이나 장애물 제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예산과 행정 절차도 정비할 계획이다.

 

김조일 부산소방재난본부장은 “긴급출동 시 통행을 방해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단호하게 강제처분을 집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전 같은 훈련을 지속해 시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의 이번 조치는 불법 주정차를 단순한 생활질서 위반이 아니라 재난 대응을 방해하는 안전 위협으로 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화재 진압의 골든타임은 현장에 도착한 뒤가 아니라 소방차가 출발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긴급차량의 통행로를 확보하는 시민 의식과 제도적 집행력이 함께 작동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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