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여름철 집중호우와 폭염이 본격화하기 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난 취약지에 대한 선제 점검과 대응체계 구축에 나섰다. 산림청은 전국 송전철탑 공사 현장을 대상으로 산사태와 토사유출 위험을 살피는 일제 점검에 착수하고, 서울시와 경기 안양시는 폭염·풍수해·안전·보건 분야를 아우르는 여름철 종합대책을 가동하기로 했다.
기후변화로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극한 호우’와 도심 폭염이 반복되면서 재난 대응의 초점도 사후 복구에서 사전 예방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 대책에는 인공지능(AI) 기반 CCTV, 기상 레이더 영상 분석, 무인 드론 경보방송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현장 대응 방안이 대거 포함된 게 특징이다.
13일 정부 및 지자체에 따르면, 먼저 산림청은 이날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해 전국 송전철탑 공사 현장 682곳을 대상으로 일제 점검과 관계기관 합동점검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점검 대상에는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사업지를 비롯해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송전철탑 및 부대시설 공사 현장, 복구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사업지가 포함된다.
이번 점검에는 산림청과 지방산림청,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이 함께 참여하는데, 이들은 허가구역 안팎에서 산림 훼손이 발생했는지, 토사가 흘러내릴 우려는 없는지, 배수시설은 제대로 설치됐는지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절토·성토 사면의 안전조치, 재해예방시설 설치 상태, 현장 내 폐기물 방치 여부, 복구계획 이행 상황도 주요 점검 항목이다.
특히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산사태 위험이 커지는 급경사지와 절·성토 사면은 중점 관리 대상이다. 배수로가 막히지 않았는지, 사면을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가 충분한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산림청은 토사유출 가능성이 크거나 재해예방 조치가 부족한 현장에 대해서는 즉시 보완 또는 복구 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불법행위가 확인될 경우에는 관련 법령에 따라 행정처분 등 엄정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또 송전선로 공사현장 주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비상연락망과 대피체계를 정비하고, 주민대피 훈련도 병행키로 했다.
조영희 산림복지국장은 “송전철탑 공사현장은 절·성토 사면과 임시 진입로 등으로 인해 집중호우 시 산사태와 토사유출 위험이 높다”며 “국민 안전 확보와 산림재해 예방을 위해 현장 중심의 점검과 관리를 지속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여름철 재난 대응에 들어간다. 시는 이달 15일부터 5개월 동안 폭염, 수방, 안전, 보건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2026년 여름철 종합대책’을 가동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대책은 폭염과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를 줄이고, 재난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폭염 대응은 위기 수준에 따라 3단계로 나눠 운영된다. 1~2단계에서는 종합상황실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폭염특보가 장기간 이어지는 등 위험이 커지는 3단계에서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한다. 시는 9월 말까지 어르신, 노숙인과 쪽방 주민, 중증장애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안부를 확인하고 건강관리 지원에 나선다.
무더위쉼터도 확대한다. 어르신 무더위쉼터는 지난해보다 30여곳 늘어난 2,953곳을 운영하고, 노숙인 전용 무더위쉼터 11곳도 마련한다. 차량을 활용한 이동 목욕서비스도 병행한다. 도심 열섬 현상을 낮추기 위해 물을 뿌리는 ‘쿨링 로드’ 19곳을 6월부터 9월까지 운영하고, 살수차 199대를 투입해 도로 물청소도 실시한다. 쿨링포그 48개와 그늘막 717개도 설치할 계힉이다.
풍수해 대응에는 데이터와 AI 기술이 활용된다. 서울시는 ‘풍수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평시, 예비보강, 보강, 1단계, 2단계, 3단계로 나눠 운영한다. 올해는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강우량계까지 함께 살피며 돌발 강우 가능성을 예측하는 체계를 강화한다.
하천 고립사고 예방을 위해 지능형 CCTV를 시범 도입하고, AI가 기상 레이더 영상을 분석해 도로 침수 위험을 예측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집중호우 때 침수나 고립, 토사유출 위험이 큰 지하공간, 하천, 산사태 취약지역은 집중 관리 대상이다.
침수 취약 지하차도는 물이 5㎝만 차올라도 담당자가 출동할 수 있도록 조기 대응체계를 운영한다. 하천에는 원격 진출입 차단시설 1,051개를 가동한다. 반지하 침수 대응도 강화된다. 수위 관측 장비가 달린 레이더 센서로 골목 단위까지 침수 위험을 감지하는 반지하 침수경보시설은 지난해 15곳에서 올해 45곳으로 확대된다. 우기 전까지 반지하 가구에는 침수 방지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안전 취약시설 점검도 병행된다. 서울시는 민간 공사장 308곳, 위험건축물 110동, 도로 관련 시설물 630곳, 상수도 시설물과 공사장 451곳, 장기 사용 상수도관 공사 59곳, 사회복지시설 8,175곳을 점검한다. 테마파크와 공원 109곳, 공연장 462곳 등 다중이용시설도 5~7월 안전점검 대상에 포함된다. 한강공원 시설 점검은 6월 진행된다.
보건 분야에서는 모기 유충 서식지 방제와 방역 소독을 강화하고, 노숙인 시설과 장애인 거주시설 등에 대한 위생관리도 추진한다. 여름철 대발생 곤충 방제, 녹조 예방을 위한 조류대책본부 운영, 오존 예·경보제도 실시할 예정이다.
경기 안양시도 여름철 풍수해와 폭염 대응체계를 본격 가동한다. 안양시는 이계삼 시장 권한대행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리고, 풍수해 13개 실무반과 폭염 12개 실무반을 편성했다고 13일 밝혔다. 태풍, 호우, 강풍, 폭염 특보가 내려지면 상황 단계에 따라 비상근무 체제로 전환한다.
안양시는 스마트도시통합센터가 관리하는 CCTV 8,300여대를 활용해 자연재난 상황을 실시간으로 살피고 선제 대응에 나선다. 특히 올해 여름부터는 AI 기반 무인 드론 안전 안내방송 시스템을 본격 운영한다. 집중호우가 내릴 때 시민들이 하천에 접근하지 않도록 드론이 자율 비행하며 실시간 경보 방송을 하는 방식이다. 시는 이를 통해 현장 접근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속한 경보와 대피 안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폭염 취약계층 보호 대책도 마련됐다. 안양시는 65세 이상 취약 노인 2,500여명을 대상으로 노인맞춤 돌봄서비스를 운영하고, 폭염경보가 발령되면 생활지원사가 하루 한 차례 이상 안전 여부를 확인하도록 했다.
이계삼 시장 권한대행은 “올해에도 작년처럼 폭염, 폭우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자연재해에는 ‘과잉 대응’이라는 자세로 철저히 대비해 시민이 안심하고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재난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 신호가 나타나기 전’ 취약 지점을 줄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림 훼손지, 급경사지, 지하차도, 반지하 주택, 하천변 산책로처럼 피해가 반복되는 공간은 사전 점검과 통제, 대피 안내가 제대로 작동해야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집중호우는 짧은 시간에 국지적으로 강하게 쏟아지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어 과거의 평균 강우량 기준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산림청과 지자체의 이번 대책은 현장 점검, 취약계층 보호, AI 기반 예측·경보, 주민 대피체계 정비를 결합한 ‘복합 재난 대응’으로 평가된다. 다만 실제 재난 상황에서 대책이 작동하려면 시설 점검에 그치지 않고, 주민 안내와 현장 통제, 기관 간 연락체계가 반복 훈련을 통해 몸에 익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