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슈] 이번엔 크루즈서 노로바이러스 100여명 집단감염.. 대응은 '철통안전'

프린세스 크루즈 ‘캐리비안 프린세스호’서 승객 102명·승무원 13명 증상
설사·구토 유발하는 대표적 위장관 감염병.. 손 씻기·격리·소독이 핵심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코로나19 이후 크루즈선 감염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계가 다시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프린세스 크루즈 소속 선박에서 노로바이러스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최근 네덜란드 선적 크루즈선에서 한타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또 다른 크루즈선에서 위장관 감염병이 확인되면서 선박과 같은 폐쇄적 공간의 감염병 관리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10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NBC 등 외신을 종합하면, 프린세스 크루즈 소속 캐리비안 프린세스(Caribbean Princess)호에서 최근 노로바이러스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프린스세스호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이어지는 카리브해 항해 과정에서 승객 3,116명 중 102명, 승무원 1,131명 중 13명이 설사와 구토 증상을 호소했는데, 전체 환자는 승객과 승무원을 합쳐 115명이다. 감염 비율은 승객 기준 3.3%, 승무원 기준 1.2%다.

 

이번 집단감염은 지난 7일 미국 CDC에 공식 보고됐는데, 주요 증상은 설사와 구토였고, 원인 병원체는 노로바이러스로 확인됐다. CDC는 크루즈선 내 위장관 질환 발생을 감시하고 있으며, 승객과 승무원이 선내 의료센터에 증상을 알리는 것이 집단감염을 조기에 발견하고 확산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고 선박측에 알렸고, 이런 내용이 제대로 실행됐다.

 

한타바이러스 이어 노로바이러스.. 크루즈선서 감염병 재발생

 

이번 사태는 최근 크루즈선 감염병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서 네덜란드 선적 크루즈선 MV 혼디우스호에서는 한타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발생해 국제적 추적 조사가 진행됐다. 해당 사태는 설치류 매개 감염병인 한타바이러스 문제였고, 이번 캐리비안 프린세스호 사태는 사람 간 전파와 오염 표면을 통해 빠르게 번질 수 있는 노로바이러스 문제다.

 

두 감염병은 원인과 전파 방식이 다르다. 한타바이러스는 주로 설치류의 배설물이나 소변에 오염된 먼지를 흡입할 때 감염되는 반면, 노로바이러스는 감염자의 구토물이나 대변에서 나온 바이러스 입자가 음식, 물, 손, 문손잡이, 난간, 식기류 등으로 옮겨지면서 전파된다. 하지만 두 사건 모두 크루즈선이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감염병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선박 측 자료에 따르면, 프린세스호에서는 3,000명 이상이 탑승한 가운데 승객 102명과 승무원 13명이 증상을 보였고, 선사 측은 매뉴얼에 따라, 공용공간 소독 강화, 환자 격리, 뷔페 셀프서비스 제한, 손 씻기 관리 강화 등 대응에 나섰다. 다음 항해 기간을 위해 승객과 승무원 모두 내린 뒤,  전 전면 소독 절차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로바이러스는 어떤 감염병... 평창올림픽 집단감염 사례도

 

노로바이러스는 급성 위장관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바이러스다. 흔히 ‘겨울철 구토병’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계절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크루즈선, 학교, 요양시설, 병원, 단체급식시설처럼 많은 사람이 같은 공간과 식사 환경을 공유하는 곳에서 쉽게 퍼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8년 평창에서 개최된 동계올림픽에서 일부 선수와 근무자들이 집단감염되면서 선수 안전 및 경기 진행 관련 우려로 인해 세계적으로 타진되는 등 집중이목을 받기도 했다. 

 

주요 증상은 갑작스러운 구토, 설사, 메스꺼움, 복통이다. 일부 환자는 발열, 두통, 근육통을 동반하기도 한다. 건강한 성인은 대개 1~3일 안에 회복하지만, 영유아, 고령자, 면역저하자는 탈수로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설사와 구토가 반복되면 수분과 전해질이 빠르게 빠져나가기 때문에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

 

노로바이러스의 가장 큰 특징은 전염력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CDC는 노로바이러스가 사람 간 접촉, 오염된 음식·물, 오염된 표면을 통해 쉽게 퍼질 수 있으며, 감염자가 증상이 있을 때와 회복 직후 며칠 동안 가장 전염성이 높다. 특히 감염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바이러스 입자를 배출할 수 있고, 아주 적은 양의 바이러스만으로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

 

전파경로는 어떻게 

 

노로바이러스는 주로 ‘분변-경구 경로’로 전파된다. 쉽게 말해 감염자의 대변이나 구토물에 들어 있던 바이러스 입자가 손, 음식, 물, 표면을 거쳐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면서 감염이 이뤄진다.

 

감염자가 화장실을 사용한 뒤 손을 제대로 씻지 않고 문손잡이, 난간, 엘리베이터 버튼, 식기류, 음식 등을 만지면 바이러스가 주변으로 퍼질 수 있다. 또 구토가 발생하면 미세한 입자가 공기 중으로 튀어 주변 표면을 오염시킬 수 있다. 크루즈선에서는 객실, 식당, 공연장, 수영장, 엘리베이터, 복도 등 공용 공간이 많고 승객 간 접촉이 잦아 전파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세균처럼 음식이나 표면에서 스스로 증식하지는 않는다. 바이러스는 살아 있는 사람의 장 세포 안에 들어가야 복제되고, 장을 통해 변으로 배출되는데, 외부 환경에서 상당 기간 버틸 수 있어 오염된 표면이 감염의 매개가 될 수 있다. 감염자는 증상이 사라진 뒤에도 1주일 이상 분변을 통해 바이러스를 배출할 수 있다. CDC에 따르면 회복 뒤 2주 이상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응은 격리·소독·검사 중심으로

 

이번 캐리비안 프린세스호의 대응은 비교적 표준적인 감염관리 절차에 따라 이뤄지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CDC에 따르면 선사와 승무원은 집단감염 예방·대응 계획에 따라 청소와 소독 절차를 강화했고, 위장관 증상을 보인 승객과 승무원을 격리했다. 또 환자들의 대변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진행하고, CDC 선박위생프로그램과 청소·소독 절차 및 환자 보고 방식 등을 협의했다고 한다. CDC는 환경평가와 집단감염 조사를 지원하기 위해 현장 대응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내에서는 뷔페 방식도 조정됐다고 한다. 3천명 이상의 승객이 직접 음식을 담는 셀프서비스는 여러 사람이 같은 집게와 식기, 손잡이를 만지기 때문에 감염 확산 위험을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선내에서는 공용공간 소독 강화와 함께 뷔페 셀프서비스 제한, 손 씻기 관리 강화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노로바이러스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조치로 비누와 물을 이용한 손 씻기, 환자 격리, 오염 표면 소독, 음식 취급 제한을 꼽는다. 특히 손 소독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CDC는 손 소독제가 노로바이러스에 잘 듣지 않을 수 있으며, 손 씻기를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안내한다. 증상이 있는 사람은 음식을 준비하거나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을 피해야 하며, 증상이 멈춘 뒤에도 최소 48시간은 음식 취급을 하지 않는 것이 권고된다.

 

왜 크루즈선에서 자주 번지나

 

크루즈선은 감염병 관리가 어려운 대표적인 환경이다. 수천 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며칠에서 몇 주 동안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다. 3천명 이상을 수용하는 크루즈선의 경우에는 서너개 이상의 식당, 뷔페, 공연장, 수영장, 엘리베이터, 복도 등 공용시설 이용이 많고, 승객들은 매일 같은 손잡이와 테이블, 의자, 버튼, 식기류를 반복적으로 접촉하며 바이러스가 사람간에 공유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노로바이러스의 강한 전염력이 더해진다. 증상이 있는 사람이 구토하거나 설사를 하면 바이러스가 주변 환경에 퍼질 수 있고, 오염된 표면을 만진 사람이 입이나 음식을 만지면 감염이 이어진다. 음식이 바이러스에 오염돼도 겉모습이나 냄새, 맛으로는 알기 어렵다. 이 때문에 선박에서는 환자 발생 초기에 신고와 격리, 소독, 음식 제공 방식 변경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대규모 집단감염이 이뤄지게 된다.

 

“공포보다 기본수칙이 중요”

 

이번 사태가 한타바이러스 크루즈 사태와 맞물리면서 크루즈 여행 전반에 대한 불안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노로바이러스는 치명률이 매우 높은 감염병이라기보다, 전파력이 강하고 단체생활 공간에서 빠르게 번지는 위장관 감염병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대부분은 며칠 내 회복하지만, 탈수 위험이 있는 취약계층은 의료적 관리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과도한 공포가 아니라 기본수칙 준수다. 미국 CDC 관계자는 "승객은 화장실 사용 뒤와 식사 전, 약을 먹기 전, 음식을 만지기 전 반드시 비누와 물로 20초 이상 손을 씻어야 한다"며 "구토나 설사 증상이 있으면 즉시 선내 의료센터에 알리고 객실에 머물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번 캐리비안 프린세스호 사례는 감염병이 여전히 크루즈 산업의 핵심 안전 변수임을 보여준다. 코로나19 이후 국제사회는 호흡기 감염병의 위험을 깊이 경험했지만, 선박 감염병은 호흡기 바이러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한타바이러스 사태가 설치류 매개 감염병의 위험을 보여줬다면, 이번 노로바이러스 사태는 일상적 위생관리와 선내 감염통제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시켜준 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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