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관리자 기자 |
한타바이러스(Hantavirus) 집단감염이 발생한 네덜란드 국적 탐험형 크루즈선 ‘MV 혼디우스호(Hondius)’가 한 달 가까운 해상 고립 끝에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입항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내에서는 사망자와 감염 의심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설치류 노출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염이 확산된 점을 들어 사람 간 전파 가능성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CNN과 프랑스24 등 외신은 5일(현지시간) 스페인 보건부를 인용해 MV 혼디우스호가 3~4일 안에 카나리아 제도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정확한 입항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선박은 공중보건 우려로 서아프리카 카보베르데에서 입항을 허가받지 못해 해상에 머물러 왔다.
스페인 보건부는 긴급 치료가 필요한 승무원 2명을 항공편으로 먼저 이송하고, 사망한 독일 국적자와 밀접 접촉한 1명도 함께 이동시킬 계획이다. 스페인 보건부는 “카나리아 제도에 도착한 승무원과 승객들은 검사를 받고 필요한 치료를 받은 후 귀국 여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공간과 교통수단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역 주민과의 모든 접촉을 피하고 의료진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영사인 오션와이드 익스페디션에 따르면 MV 혼디우스호는 지난 4월 1일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를 출항해 카보베르데로 향하던 중이었다. 선내에는 승객 88명과 승무원 59명 등 모두 147명이 타고 있었다. 이 선박은 남극 반도와 사우스조지아섬, 세인트헬레나 등을 거쳤고, 승객들은 기항지에서 조류 관찰 등 자연 탐방 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WHO에 따르면 감염은 지난 4월 6일부터 28일 사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확진 2건과 의심 사례 5건이 보고됐고, 이 가운데 3명이 숨졌다. 로이터통신은 사망자 가운데 2명이 각각 70세와 69세인 네덜란드 부부이며, 나머지 1명은 독일 국적자라고 전했다. 최초 사망자인 네덜란드 부부는 승선 전 남미 지역을 여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고가의 탐험형 크루즈 상품에서 치명적 감염병이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충격을 주고 있다. 객실당 최대 2만2,000유로, 우리 돈 약 3,700만 원에 이르는 여행 상품이었지만, 감염 확산 이후 승객과 승무원들은 장기간 선내에 머물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미국 여행 인플루언서 제이크 로즈마린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내 상황을 전하며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현실이다. 불확실성이 가장 힘들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안전과 정확한 정보,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한타바이러스는 주로 쥐 등 설치류의 배설물이나 타액에 노출됐을 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배설물이 마르면서 공기 중으로 퍼지고, 이를 사람이 흡입하면 감염될 수 있다. 잠복기는 통상 1~8주로 알려져 있으며, 초기에는 발열과 근육통, 오한 등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다가 중증으로 진행하면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이나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악화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보건당국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다. 일반적인 한타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파가 흔하지 않지만, 남미에서 보고된 안데스바이러스는 예외적으로 가족이나 의료진 등 밀접 접촉자 사이에서 전파된 사례가 있다.
WHO 전염병 대응 책임자인 마리아 반 케르크호베는 “밀접 접촉자 간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최초 감염자가 승선 이전 이미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선박 안에서 설치류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도 설명 근거로 제시했다.
한타바이러스라는 이름은 국내 연구사와도 관련이 깊다. 1976년 고려대 이호왕 교수가 한탄강 일대에서 채집한 쥐의 폐 조직에서 관련 바이러스를 처음 규명하면서 ‘한탄강’에서 이름을 딴 한타바이러스라는 명칭이 붙었다.
MV 혼디우스호 사태는 해상 밀폐공간에서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각국 보건당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다시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선박 입항 허가, 승객·승무원 격리, 긴급 환자 이송, 지역사회 접촉 차단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카나리아 제도 입항 이후에도 탑승자 검사와 치료, 귀국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 방역당국의 긴장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