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세종 아파트'는 전기화재로 5천여명 ‘암흑 생활’.. 복구 장기화 우려

조치원읍 아파트 지하 전기실 화재로 사흘째 전기 공급 중단
5,000여 주민 불편.. 엘리베이터·보안등 멈추고 냉장고 식품 폐기
세종시, 재난피해자지원센터 가동.. 공용 전기 우선 복구 추진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세종시 조치원읍의 한 대단지 아파트가 지하 전기실 화재 여파로 사흘째 전기 공급을 받지 못하면서 주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수돗물과 도시가스 공급은 일부 재개됐지만, 엘리베이터와 보안등, 냉장고, 보일러 등 생활 필수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1,400여 가구, 5,000여 명 주민의 일상이 사실상 멈춰 섰다.

 

“내일 당장 출근해야 하는데 전기가 끊겨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주민들의 호소도 이어지고 있다. 고층 세대 주민들은 물과 구호품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냉장고 안에서 녹거나 상한 식품을 폐기하느라 종일 정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화재는 지난 1일 오후 8시 2분쯤 세종시 조치원읍 한 아파트 지하 기계실, 전기실 부근에서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1시간 38분 만에 불을 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전기 공급 설비와 케이블, 분전반·배전반 등이 불에 타면서 아파트 단지 전체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화재 직후에는 수도와 도시가스 공급도 함께 끊겼다. 아파트 승강기에 갇힌 주민 10명이 구조됐고, 단지 전체가 암흑에 잠기면서 주민들은 촛불과 휴대전화 조명에 의지해야 했다. 일부 통신망도 한때 불안정해졌고, 택배 물품이 1층에 쌓이는 등 일상생활 곳곳에서 차질이 빚어졌다.

 

상수도는 전날 오전 비상전력 가동을 통해 다시 공급되기 시작했다. 도시가스도 재개됐지만,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보일러와 일부 가스기기 사용에는 여전히 제약이 있다. 온수 사용이 어려워지면서 주민들에게는 공동 샤워시설 이용이 안내됐다.

 

주민들의 가장 큰 불편은 엘리베이터와 조명이다. 특히 고층에 사는 주민들은 생수와 얼음, 구호품을 받기 위해 여러 차례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다. 15층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물과 얼음팩, 배달 음식, 휴대전화 충전 등을 위해 하루에도 여러 번 계단을 왕복했다며 피로와 두통을 호소했다.

냉장고 속 식품 처리도 큰 문제다. 정전이 길어지면서 냉장·냉동 식품이 녹거나 상했고, 주민들은 세종시가 지원한 전용 수거 용기에 음식물을 담아 버리고 있다. 세종시는 식품 폐기 전용 수거용기 120ℓ짜리 52개를 배부했다.

 

임시 거처를 찾는 주민도 늘고 있다. 4가구 13명은 세종시가 마련한 임시주거시설에서 밤을 보냈다. 시가 숙박료를 지원하는 민간 숙박시설 이용을 신청한 주민도 329가구, 1,005명에 이른다. 일부 주민은 당분간 친척집이나 외부 숙소에서 지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시는 전기 복구를 위해 케이블 작업과 전원공급차단기 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6일쯤 안전성 검사를 거쳐 우선 공용 전기부터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주민 불편이 큰 보안등과 엘리베이터 운행 재개가 우선 추진된다.

 

다만 각 세대로 전기를 공급하는 핵심 설비인 분전반과 배전반이 불에 타면서 전체 복구에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완전 복구까지 2∼3주가량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종시 관계자는 “단지로 들어온 전력 배전반 복구를 위해 전기실 전원공급차단기와 소실된 케이블 교체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엘리베이터와 보안등 등 공용 부문에는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전력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김하균 시장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7개 반 20명 규모의 재난피해자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시청 부서별로 인력을 투입해 생필품 배부와 현장 지원에 나섰다.

 

현재까지 배부된 물품은 얼음 3㎏ 9,000개, 생수 2ℓ 1,440개, 양초 412개, 모포 97개 등이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세대에는 생수를 집 앞까지 전달하고 있으며, 세탁 지원도 진행하고 있다. 지하주차장에는 임시 조명이 설치됐고, 비 예보에 대비해 배수펌프 복구도 마무리됐다.

 

지역사회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노인회관은 음식 보관을 돕기 위해 302가구에 세대당 10㎏의 드라이아이스를 지원했다.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주민 2,000여 명분의 간식을 제공했고, 세종시소상공인연합회도 3,000여 명분의 간식을 지원했다. 세종시 이통장협의회와 농협은행 세종본부, 조치원 라이온스클럽 등도 음료수와 초코파이, 주먹밥 등을 전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화재 현장을 감식하고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배전반을 수거해 분석 중이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감식 결과가 나와야 확인될 전망이다.

 

이번 사고는 공동주택 지하 전기실 화재가 단순한 설비 사고를 넘어 대규모 생활 재난으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기 공급이 끊기면 엘리베이터, 조명, 급수, 통신, 냉장 보관, 보일러 등 일상 유지에 필요한 기능이 한꺼번에 흔들린다. 특히 고령자와 장애인, 영유아 가구 등 취약 세대는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초기 안내가 부족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한 주민은 “처음에는 일부 동만 정전된 것처럼 보였고 이후 단지 전체가 정전됐지만, 그 사이 안내 방송이나 문자를 받지 못했다”며 “평소처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던 주민들이 갇히는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단지 아파트일수록 전기실·기계실 화재에 대비한 비상전원, 안내 체계, 승강기 통제 매뉴얼, 취약 세대 지원계획을 평소에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세종 아파트 정전 사태는 공동주택 안전관리에서 전기설비 화재 예방과 복구 계획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확인시킨 사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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