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만 디커플링 외교 아닌가 되돌아봐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미국과 일본은 중국과 대화를 유지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멀어지는 길을 강요하는 분위기다. 중국과 디커플링(관계 단절)을 통해 반사 이익을 취하려는 느낌마저 든다.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부터 최근엔 반도체 대중 수출 규제 움직임까지 정권에 따라 각기 다른 사안으로 대중 견제에 한국을 들러리로 내세우고 있다. 사드가 군사용 견제라면 반도체는 산업 경제용 무기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미일 중국 견제용 들러리로 나선 우리가 오히려 중국으로부터 경제 보복의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뭔가 단단히 꼬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전격적인 사드 배치로 중국이 대한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한 전례를 돌이켜 보면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반도체 전쟁도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아 보인다. 중국이 지난 21일 미국의 메모리칩 제조기업인 마이크론사 반도체에 대한 구매 중단조치를 내리자 미 의회가 나서서 한국의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마이크론사 전체 매출의 25%에 달하는 중국과 홍콩시장 빈자리를 한국 기업이 대신하지 말라는 엄포이다. 만약 한국이 그 빈자리를 대신하면 중국 내 삼성과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업그레이드 연장 유예를 철회하겠다는 뉘앙스도 풍겼다. 이전에 반도체법까지 동원해 대중 수출 견제하는 것도 모자라 이번엔 자국 기업 대중 수출이 막히자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수출 길목을 차단하려는 심보이다.

 

한국을 묶어두고 미국은 중국과 언제 그랬냐는 듯 대화의 손짓을 서로 보내고 있다. 외교 사령탑끼리 만나는가 하면 중국은 대미 강경파 주미대사를 온건파로 지명하는 등 디커플링이 아닌 커플링 모습이다. 중국의 대미 교역을 통한 흑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그것만 봐도 미국의 대중 의존도가 얼마나 긴밀한지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미 의회 조사국(CRS)이나 반도체 전문가들이 분석하기에도 미·중 반도체 전쟁이 쉽게 미국 쪽에 기울어지지 않으리라는 것도 이를 말해주고 있다. CRS는 24일(현지시간) '국제적 관점에서 본 반도체법' 보고서에서 "반도체법으로 인한 미국 정부의 사업 지원은 역대 혹은 과거 기준과 비교하면 매우 큰 수준이지만, 다른 나라 정부가 현재 제공하는 지원과 투자에 비교하면 작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한국을 비롯해 대만,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는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반도체 업계의 중심"이라며 "미국은 시스템 반도체는 대만에, 메모리칩은 한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한국 정부는 2022년 이후 미국과 한층 긴밀하게 공조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중국은 (한국이 미국의) 수출 통제와 같은 정책에 동조할 경우 한국 산업에 미칠 영향을 거론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중국에 대해선 "생산 규모와 역량 모두에서 현재는 뒤처져있지만, 대규모 정부 투자와 핵심 장비 및 외국 반도체 기업 인수로 경쟁국들을 따라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한 반도체 전쟁이 “미국 기술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 CEO는 “바이든 행정부 반도체 수출 규제가 오히려 실리콘밸리 기술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중국은 미 경쟁업체들에 대항해 자체 반도체 개발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 기술기업 전체 매출에서 중국 비중은 약 3분의 1로 대체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이라면서 “중국과 거래할 수 없다면 미 기술기업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기술도 중국이라는 시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기술과 시장의 단절이 아닌 기술과 시장의 연계인 커플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어떤 식으로든 공존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우리 이야기로 들린다.


기획·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