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할아버지 전두환을 학살자라 말한 손자 전우원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누구나 때론 자기를 변명을 한다. 부끄러운 과거를 숨기기 위해 심지어는 부정까지 한다. 부정을 통해 과거를 지우려 한다. 그게 가족사인 경우는 특히 그렇다. 하지만 지난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믿기지 않는 내용이 나돌기 시작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인 전우원씨가 자신과 가족사에 대한 사안을 유튜브 영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가족이 출처 모를 검은돈을 쓰고 있고...전두환은 학살자"라며 자기 가족을 비판하는 글과 영상을 게재했다.

 

깜짝 놀랄만한 고백을 듣고 믿기지 않았다. 할아버지를 학살자로 지목했고, 출처를 모를 검은돈을 쓰고 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고백한 내용을 보면 마약, 성범죄, 검은돈 등 그들만의 세상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짐작게 한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사안이라 충격적이다. 대한민국 최정예 부대인 특전부대 군인들이 민주주의를 지켜내고자 했던 무고한 광주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사격도 불사하면서도 폭도라고 변명했다. 그것도 모자라 총구는 군부 반란에 동원됐고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했다. 권력을 찬탈한 이후 정의 사회 구현을 한답시고 무고한 국민을 삼청교육대로 끌고 가 지옥 체험까지 시켰다. 지금도 틈만 나면 그 세력을 추종하는 이들은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우원씨는 자기 할아버지 전두환을 분명히 학살자라고 규정했다. 학살자(虐殺者)의 사전적 뜻은 가혹하게 마구 죽이는 사람이다. 지난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반란 세력이 국방부를 장악하기 위해 벌인 총격전과 이후 1980년 5월 광주시민을 향한 무차별 사격 그리고 이어진 민주화 인사들에 대한 고문 등으로 미루어 보면 학살자라는 표현은 틀리지 않아 보인다.

 

전우원씨는 본인의 고백을 통해 가족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보기에 따라서는 패륜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이를 감수하고 나선 이유도 낱낱이 밝혀 수사선 상에 올라서게 됐다. 미국 회계법인에 다닐 만큼 재원임을 감안하면 단순 폭로는 아니라고 본다. 마약 투여로 인한 즉흥적 상태에서 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본인이 마약 투여를 고백해서 현재 경찰은 수사에 나섰지만 그건 개인적 사안이고, 그가 밝힌 검은돈 출처는 지난 수십 년간 추적했지만 못 밝히고 있어서 수사를 해야 한다. 총구로 권력을 찬탈하지 않고서는 일굴 수 없는 부정한 검은돈이기 때문이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가족사가 공개된 만큼 그 여부를 가려야 한다. 단순히 마약사범으로 돌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가족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경찰은 우선 전두환 씨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손자 전우원 씨의 마약 의혹에 조사에 나섰지만 한 시민단체는 전 씨가 폭로한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라면서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일종의 내부 고발에 대해 수사해달라는 공개 요청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1년 7월 야권 대선주자로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서울대 법대 시절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던 일에 관한 질문을 받자 “그때의 소신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라고 답한 바 있다. 이번엔 손자가 자기 할아버지를 학살자로 지목했고, 검은돈의 실체도 언급했다. 답을 밝힌 만큼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이 어떤 견해를 보일지 주목된다. 검찰은 전두환 일가의 비자금 은닉 혐의로 지난 1997년 추징금 2205억원중 1283억원 규모만 찾았지만, 아직 922억원이 더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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