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대면진료 대세 거스를 수 없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지난 3년여간 코로나19가 우리 생활에 영향을 끼친 것 중 하나가 재택근무와 원격진료(비대면 진료)였다. 전대미문의 감염병을 예방하고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 우리는 코로나를 거치면서 비대면 사회로 정착하는 상황이다. 학교 수업부터 음식 배달 그리고 의료까지 사회 곳곳에 비대면이 일상화됐다. 그런데도 코로나 19 상황이 완화할 기미를 보이자 대면으로 되돌아가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휴대폰과 인터넷은 비대면으로도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기반 도구이자 망이다. 5세대 이동통신은 비대면과 원격 그리고 무인 시대이고 이를 넘어 6세대 이동통신 시대도 조만간 열린다. 거미줄처럼 촘촘히 연결된 초연결 시대가 더욱더 정밀하게 오차 없는 사회로 진화 중이다. 또 그런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경쟁이 뜨겁다. 소위 4차산업혁명에 각국은 선점을 위해 보호무역도 불사하고 있다. 우리만큼 4차산업혁명 실현을 위한 다방면의 기반을 갖추고도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때를 놓이는 분야가 바로 의료산업 쪽이라는 지적이 있다. 원격진료 분야에 이해충돌로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철통 고집을 부렸던 원격진료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지난 3년여간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의3에 감염병과 관련해 ‘심각’ 단계 이상의 위기 경보가 발령된 때에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유·무선 전화와 화상 통신을 활용한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지난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2020년 2월 24일 이후 올해 1월 31일까지 1,073일 동안 2만 5,967개 의료기관에서 환자 1,379만 명이 3,661만 건의 비대면 진료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기간 국민 4명 중 1명이 의사를 직접 보지 않고 진료를 받은 셈이다. 특히 지난해에만 1,272만 명이 3,200만 건의 비대면으로 진료받아 전년(2021년)보다 이용자 수와 진료 건수 모두 열 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지난 3년간 비대면 진료가 일상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천만 건의 비대면 진료가 있었지만 의료 사고는 대수롭지 않은 5건에 불과한 그것만 봐도 의료계의 우려를 불식시킨 통계라고 본다. 의사와 약사 등 의료계가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이 이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고 보완할 방안을 찾아 입법화시키는 일이 순서이다.

 

그런데도 국내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경보가 현재 ‘심각’ 단계에서 4월과 5월 사이 하향 조정되면 심각 단계에만 허용된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 지난 3년간 숨은 보물을 찾아놓고도 버리자는 거나 다름없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꿈도 꿔보지 못할 값진 경험과 체험을 사장하는 꼴이다. 지난 3년간 시도했던 과정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만을 추가해서 일상에서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료분야의 비대면 진료 혁신은 코로나와 같은 전대미문의 감염병에서 벗어나 일상 회복을 위한 것인 만큼 의료계의 반대는 명분이 없다.

 

의료산업도 고령화 시대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고령화시대 노인들은 각종 감염병에 노출돼 있다. 좀 산다는 국가들의 협의체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지 않은 곳은 한국을 비롯해 칠레·체코 등 5~6국뿐이라고 한다. 이들 38개국 중 우리나라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기술과 정보통신 기술을 갖춘 나라도 드물다. 그런데도 우리는 대면만을 고집하고 있다. 비대면의 필수적인 기반 시설인 5세대 이동통신도 세계 최초로 상용화시켰다. 그런 기반 시설 덕분에 지난 3년간 원격진료가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원격의료가 검증된 만큼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일상화시켜야 한다. 국민이 편하다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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