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소환통보 받은 이재명 대표...2등의 숙명인가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정치와 스포츠가 다른 이유는 승부에서이다. 정치는 당선이라는 1위밖에 없지만 스포츠는 각자 기량을 겨룬 선수들에게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까지 수여해서 격려한다. 정치가 2위를 용인하지 않는 거친 세계라면 스포츠는 패자부활전까지도 도입해서 선수들의 도전정신을 일깨우기도 한다. 정치는 ‘모’아니면 ‘도’라는 극단의 선택을 요구하지만 스포츠는 여백을 남긴다는 점에서 우리가 정치보다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일 수 있다.

 

윤석열 정부 하에서 첫 정기국회가 열린 1일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게 소환통보를 했다. 윤석열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110대 안건을 위해 내년에 예산으로 반영해야할 첫 정기국회 개원일에 야당 대표에게 소환 통보를 한 것은 정치는 2위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한 사안은 성남 대장동·백현동 비리 의혹과 관련해 대선 때 허위 발언을 한 혐의이다. 선거법 관련 사건은 공소시효가 6개월이고 그 만료일이 오는 9일이라는 점에서 시효 만료 3일 전인 9월 6일 이 대표를 소환했다. 통상 선거 국면에서 주고받는 막말들은 선거가 끝나면 서로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게 관례였지만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고소 고발 건은 유지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당 대표 최측근이자 의원실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 비서관)은 정기국회 출석중인 대표에게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의원실에 검찰의 이 대표 소환조사 통보가 왔다는 내용을 알린 것이다. 민주당은 즉각 “검찰이 터무니없는 이유로 소환을 통보했다”며 “야당 탄압과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했다. 야당의 반발은 이해는 하지만 고소고발을 취하하지 않는 한 기계적으로 공소시효가 임박한 마당에 검찰은 명분을 내세워 소환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알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서로 상대방 관련 의혹에 대해 법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번 검찰의 소환 통보도 그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예산 결산과 내년도 예산 확정을 위한 정기국회 첫날 벌어진 검찰의 이재명 대표 소환 통보는 올 정기국회가 어떤 파행을 예고할지를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300석 의석중 169석으로 과반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5년 공약했던 예산을 확보하려면 과반의석을 확보한 야당과의 협치없이는 아무리 발을 동동 굴려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예정된 수순을 밟았다.

 

내년 예산안 634.7조원은 올해보다 5% 규모 증액한 사상 최대 예산안 이지만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항목을 대폭 개편하고 앞으로 윤석열 정부 공약을 위한 예산중심으로 심의하게 된다. 검찰의 이 대표를 향한 소환장은 정기국회 예산 심의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함과 동시에 이 대표에게 백기투항을 요구하는 항복문서에 서명하라는 요구일 수 있다. 지나친 정치적 해석일지는 몰라도 여당인 국민의힘 의석으로는 윤 정부가 공약한 110대 과제 입법은 야당인 민주당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의 소환장은 야당의 힘 빼기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민생을 위하고 미래를 위한다고 해서 편성한 슈퍼예산을 국회가 심의도 하기전에 검찰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검수완박법(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시행령을 통해 무력화시킬 때부터 검찰은 어떤 사안에 대해 수사하겠다는 것을 천명한 만큼 이 대표에 대한 소환장은 이번 정기국회가 시계제로를 예고하고 있다.

 

콩가루 같은 여당을 검찰이 대행하는 듯 한 모양을 국민은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분명한 건 정치세계에서는 2등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것만 각인 시킬 뿐이다. 콩가루 같은 여당이라도 검찰과 경찰이라는 우군들이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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