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중 수교 30년...새로운 미래 열어갈 동반자 길 찾아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30년 전 오늘인 지난 1992년 8월 24일 이상옥 대한민국 외무부 장관과 전기침 중국 외교부장이 중국 베이징 영빈관인 조어대(釣魚臺)에서 한중 수교 문서에 서명했다. 1945년 광복이후 단교된 한중간 국교를 재개한 것이다. 오늘은 그 국교수립 30년째 되는 뜻 깊은 날이다. 이를 축하하듯 올해는 유난히도 중국 측은 회의석상이나 기념식장에서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는 말을 자주 인용한다. 한중 수교도 30살이 되었으니 ‘뜻을 확고히 세운다’라는 공자 말을 되새긴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양국 관계 발전과 심화를 해나갈 중요한 시기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특명전권대사도 지난 22일 한중수교 30주년 각계각층 초청 기념식에서 한중간 오랜 역사적 상호 관계를 설명하면서 국교 수립 30주면을 맞아 삼십이립을 다시 인용했다. 수장인 왕이 외교부장이 한국의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최근 중국 회담때 등장한 삼십이립을 다시 강조한 외교적 수사이다. 싱 대사는 기념사에서 한중은 양국의 위기때 힘을 함께 합친 동맹이었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특히 임진왜란과 가장 근세기인 일제강점기때 항일 독립투쟁을 함께 했음을 상기시켰다. 양국간 직접적인 대립시기외에 외세에 의한 한반도 위기시 중국이 항상 함께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중 수교 30주년은 이제 뜻을 세웠으니 더 함께 발전할 뜻을 세우자는 풀이로 들렸다.

 

 

중국 사람과 대화하다보면 어떤 시기와 장소에서 말할 때 그 상황에 맞게 여러 가지 적적할 사자성어를 구사한다. 우리도 배워 그 의미를 알고 있는 시와 사자성어라는 점에서 압축적으로 그 의미를 표현함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왕이 외교부장이나 싱하이밍 대사가 한중 관계를 예로 든 삼십이립은 바로 수천 년전 공자가 설파한 논어(論語) ‘위정(爲政)’에서 나오는 말이다. 공자가 “나는 15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지학 志學), 30살에 섰으며(이립 而立), 40살에 미혹되지 않았고(불혹 不惑), 50에 천명을 알았으며(지천명 知天命), 60세에 귀가 순했고(이순 耳順), 70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종심 從心)를 따랐지만 법도에 넘지 않았다.”라고 말한 그 대목을 한중 관계에 인용했다. 이처럼 한중 관계는 이제 단계별로 가야할 길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예고했다. 중국 외교부 자오 대변인도 최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평가하면서 "양국관계가 30년 동안 양호하게 발전한 토대 위에서 신뢰와 협력 증진을 위해 한국 측과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중 양국은 영원한 이웃이자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고 강조한 뒤 "이번 회담을 통해 양측은 교류를 확대하고 적절하게 소통하며 신뢰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한중은 현대사에서 국교수립이후 지난 30년 동안 경제 문화 등 면에서 괄목할만한 단계를 함께 만들어 왔다. 지난 1945년부터 1992년 사이 47년동안 단절된 국교를 회복시키며 이제는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이다. 적어도 경제적 측면에서는 그렇다. 우리는 중국과 수교 30년 동안 교역면에서 수출을 160배나 늘렸다. 같은 30년기간 동안 우리의 세계 전체 수출 규모가 9배 늘어난 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단연 압도적이다. 2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1629억1300만 달러(약 218조7000억원)으로 수교 당시 10억300만달러에 비하면 162.4배라고 한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수출액은 718억8000만달러에서 6444억달러로 9.0배이지만 그 마저도 중국이 25%이상 차지하는 것을 보면 왜 한중간 관계를 경중(輕中)이라고 하는지 뚜렷해진다. 경제는 중국이 우방이라는 의미이다. 맹방이라는 대미(對美) 수출액은 185억5900만 달러에서 959억200만달러로 5.2배, 멀고도 가까운 이웃이라는 대일(對日) 수출액은 123억5600만달러에서 300억6200만달러로 2.4배에 그쳤기 때문이다. 중국이 수출입 규모면에서 25%를 차지할만큼 한중 관계는 경제적 상호 보완관계로 발전했다. 미래 시대를 이끌어갈 지난 30년간 한중 유학생을 보더라도 그렇다. 양국을 오간 유학생이 각각 수십만 명에 이른다.

 

공자가 말한 지난 30년간은 한중간 수교이후 뜻을 세웠던 시기였다. 그 뜻을 펼치기 위한 양국의 길은 아직도 불혹을 넘어 가야할 길이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향후 10년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시기이기도 하고 헤쳐나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그 길은 양국의 협력이 반드시 함께해야 열릴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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